[강성태 기자] ‘나치 문양모자’와 ‘삽 그림 넥타이’가 어색한 조화를 이룬 이명박 대통령의 풍자그림이 지난 9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 나붙었다.

이 그림을 그려 붙였다는 재미 작가 이모(43)씨는 논란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예술 활동의 일환’이라고 못 박고 있다. 확대해석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이 씨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풍자 그림을 붙인 것은 예술가로서의 작업 활동이며 유엔인권헌장 19조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현 시대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지난 8일 오전 1~3시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 이 그림 50여 점을 붙였다”며 “경찰이 나를 구속하든 말든 예술가는 당연히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의 이 같은 주장과는 달리 경찰은 일단 경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MB 풍자그림을 그려 도심에 붙인 사람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공공물에 이런 그림을 붙여 놓은 것은 경범죄(광고물 무단첩부 등)에 해당한다”며 “그림이 붙어 있던 종로2가 버스정류장과 묘동 공사장 인근 CCTV 분석과 탐문을 통해 용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대통령에 대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부분은 풍자 내용을 분석한 이후 재 논의할 방침CCTV 분석과 탐문을 이다.

종로서는 MB 풍자그림이 나붙은 지난 8일 오후 종로2가 버스전용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안내판과 종로구 묘동 한 공사장 가림 벽에 붙어있던 가로 세로 30㎝X42㎝ 크기의 이 그림 3점을 회수했다.

MB 풍자그림 속에는 파란 피부의 이 대통령이 나치 문양의 모자를 쓰고 삽이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다. 왼팔에는 알파벳 ‘G’가 적힌 완장을 차고 있고, 오른쪽 손에는 주먹을 불끈 쥐고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G20 정상회의 당시의 MB 풍자그림 논란을 보는 듯하다. 당시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문구 밑 청사초롱이 그려진 공식 포스터에 한 대학 강사가 쥐를 그려 넣으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 대학 강사는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