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형 사람이 있는 문화자치시대 준비하자

[일간전북 = 유재성 기자]

전북연구원(원장 김선기)은 이슈브리핑(170호)을 통해 지난 5월 16일에 발표된 문화재인정부의 ‘문화비전 2030’(이하 문화비전)에 최초로 문화자치 및 문화분권이 정책화되었지만, 문화자치의 핵심인 문화재정의 근본대책이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길 박사는 이번 문화비전이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전락한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 대신 문화의 가치로 사회를 혁신하는 ‘사람이 있는 문화’와 중앙·관 중심의 문화정책의 권한을 지역·민간으로 이양하는 ‘문화자치’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박사는 블랙리스트 사건과 예술계 미투운동의 영향으로 이번 문화비전에 예술가의 자율성과 성 평등성이 강조된 반면, 다른 분야 사업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장박사는 지방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문화 분야의 국비 의존도가 높아지고, 문화예산의 균형발전특별회계로의 전환에 따라 문화사업의 상대적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재정을 해결하는 방안이 이번 비전에 구체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지역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주재원을 확보하여 문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문화자치의 선결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주도가 50%를 겨우 넘는 현실에서 문화재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화자치가 요원할 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사업이 축소되어 문화적 불균형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장박사는 문화자치 실현을 위한 국가의 문화재정 해소방안을 요구하면서, 문화자치시대가 도래한 만큼 ‘전북형 사람이 있는 문화자치’를 위한 지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자치를 위한 지역의 과제로 세 가지(제도, 재정, 추진체계 및 역량)를 제안했다.

첫째, 정책 환경에 따라 제정된 조례의 중복문제를 해소하고, 문화자치를 총괄하는 최상위 조례로서 가칭 「전라북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를 비롯하여 정책영역별 하위조례를 제정하는 등 조례의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문화재정을 포괄보조금 방식으로 지역에 이양하면 타 분야와의 예산확보경쟁으로 지역의 문화 분야 예산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므로, 문화재정의 안정적 확보(예, 지역문화특별회계) 및 문화재정의 효율화 방안을 제안했다.

셋째, 문화자치 생태계는 민간역량이 중요하므로 문화재단 중심의 현 사업추진체계를 중장기적으로 재단‧민간으로 이원화 하는 전략이 요구되며, 문화자치를 목표로 삼은 ‘전북형 사람이 있는 문화 계획’(제2차 지역문화진흥계획) 수립과 함께 계획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