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프로그램'스무살의 사·춘·기'의 첫 회<남과 다르게 살기>가 28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됐다. 멘토로 나선 건축가 오영욱(36)씨가 20대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김보라)

[김보라 기자]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누구나 설렘과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다.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20대가 된다는 것은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걱정이 더 앞선다. 이미 수시로 대학에 합격해 설레는 마음으로 스무 살을 맞이할 준비가 됐거나, 이제 막 정시 접수를 마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재수를 결정한 사람도 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좌절로 성장통을 겪고 있을 10대들을 위해 <스무살의 사·춘·기_사랑, 청춘, 그리고 기회!>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명예교사 프로그램이 28일 오후 2시 강남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건축가 오영욱, 만능 엔터테이너 김정민, 김철연이 20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멘토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정답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고통을 견디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그림 그리는 건축가로 유명한 오영욱씨는 대학 졸업 후 2003년부터 대림산업에서 3년 동안 건축기사로 일했다. 그는 마지막 날 야근을 마친 뒤 돌연 사표를 내고 바로 다음 날 아무 계획 없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여행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일단은 놀러나가는 것이 좋았다. 건축과를 선택한 것에 나의 진로는 결정됐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다. 또 기대하지 않고 만나는 공간에 대한 기쁨과 다양한 장소를 보고 스케치 연습을 통해 '건축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하게 됐다"며 “건축을 위해 떠났던 여행인데 좋은 추억을 선물받았다”고 말했다.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스페인 바로셀로나. 2년 넘게 살아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방식, 특성 등을 이해할 수 있었고, 여행한 곳 중에 가장 오래 머물러서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의 강사들처럼 특별한 조언을 하기보다 자신이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시간으로 마련했다.

참여한 학생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불일치 되는 것이 고통스러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는 "정답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그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면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이것이 행복"이라고 조언했다.

아직은 스물여덟 어린 나이지만 당찬 그녀

또 한 명의 멘토 김정민. 그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않았다. 라디오PD 경력도 있고 앨범도 낸 아티스트다.

그녀는 지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전화위복이라는 단어가 나의 20대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운을 뗐다. 수능을 치를 당시, 답안 체크를 밀려서 인생 최초로 절망을 맛보았다. 하지만 그 당시 서울예대에 처음 생긴 디지털 아트과에 입학해 다행히 재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면 쉽게 들어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안양예고 3년 동안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하며 기본을 다져온 덕분이었다.

또 21살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학교를 휴학하게 됐는데 유명가수들의 공연 영상감독으로 일하면서 용돈도 벌며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녀가 음악을 시작한 나이는 25살 여름. 요즘 아이돌들이 10대부터 준비하는 것에 비해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멘티들을 응원했다. 계획만 세우기보다 빨리 경험해볼 것을 강조했다.

또 남자 친구와 사귀면서 느꼈던 감정을 담아 작곡을 했고 이를 음반으로 제작해 무작정 기획사에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하게 된 것. 음반이 잘 팔려서 현재는 절판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2010년에는 TBS교통방송에서 라디오PD로 일했다. 처음에는 그녀가 음악을 선곡하고 방송하는 것이 행복했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일로 하는 것에 행복하지 않았고 지루해서 미련 없이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 욕심이 많은 그녀는 내년에 마더컨트리 <낮과 밤의 커피>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꿈을 향한 도전은 아름다웠다

마지막 멘토인 김철연씨도 멘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 그는 SBS <K팝스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어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김철연씨는 “서른살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이 뿌듯하다”며 ‘산다라박의 기타선생님’으로 포털사이트에 올라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며 멘티들에게 도전의 가치를 강조했다.

캠퍼스 커플로 대학교 시절부터 연인 사이를 이어온 이들은 내년에 출시될 마더컨트리의 '바느질'이란 노래를 함께 부르며 관객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노래가 끝난 후 김정민 멘토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여도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여행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언젠가 올 나를 기다리지 말고 현재의 나를 즐기고 사랑하라”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대학생 김혜민(25)씨는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평범하게 걸어온 길은 아닌 것 같지만, 인생을 행복하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부럽다"며 강의소감을 전했다.

세속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달성해야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이 크다. 이들을 통해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인생관도 다르지만 꿈에 도달하는 시점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인생을 대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첫 회를 시작으로 문화·예술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명사들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와 고민 나누기는 전국 곳곳을 순회하며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