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 기자] 한국관광공사는 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을 꼽았다. '겨울철 야외 레저 체험'이라는 테마로 마이산 등 전국의 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역고드름 자라는 신비한 마이산을 체험할 기회가 있다. 생긴 것부터가 신비롭다. 해발 686m의 ‘암마이봉’과 680m의 ‘숫마이봉’으로 이뤄진 마이산(馬耳山)은 말 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진안 읍내 어느 방면에서나 눈에 띄는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린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고해 ‘돛대봉’, 여름에는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용각봉’으로 불린다.

마이산 역고드름

데미샘

겨울에는 좀처럼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 불린다. 마이산은 가을 이름이자, 대표적인 이름이다. 마이산에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무너지지 않는 돌탑들도 있다.

특히, 이맘때 이곳을 찾으면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을 볼 수 있다. 겨울철에 마이산 탑사, 은수사, 천황문 일대에 정화수를 떠놓으면 가운데서 얼음 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역고드름 현상이 일어난다. 최대 길이는 20~35cm까지 자란다.

국내에서 반전의 미학 `역고드름`을 볼 수 있는 곳은 3곳 정도. 하지만 과학이 풀어낸 역고드름의 비밀을 살펴보면 녹아서 떨어진 물방울이 천천히 얼며 아래서부터 자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비밀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람이다. 덜 언 곳이 완전히 얼지 않도록 옆이나 아래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야 한다. 마이산 역고드름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서 만들어졌다.
이처럼 풍향, 풍속, 기온, 기압 등 복합적인 영향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지만, 20cm이상 거꾸로 고드름이 솟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
우리나라 5대 강(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중 하나인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1,151m)의 북쪽 1,080m 지점 서쪽 데미샘에서 발원해 임실 운함호, 구례, 하동 화개장터를 거쳐 광양만 바다로 흘러들기까지 225km를 남하한다.

하얀 눈으로 덮인 2월, 섬진강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를 타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겨울 정취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더 깊이 있게 섬진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데미샘 여행을 빼놓아선 안된다.

데미샘으로 가려면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에서 3분쯤 더 올라가면 만나는 선각산 자연휴양림 입구에서부터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올 6월 개장할 예정인 선각산 자연휴양림은 해발 70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데미샘까지 1.19km의 오솔길을 5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4월까지는 눈이 잘 녹지 않아 겨울등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데미샘으로 가는 길은 산골 소녀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눈꽃이 활짝 피어 있다. 상쾌한 공기에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얼어붙은 줄 알았던 숲가의 계곡이 물소리로 제 존재를 알린다.

데미샘은 숨이 찰 때쯤 모습을 슬쩍 드러낸다. 직경이 두 뼘이 채 안될 정도로 작은 깊은 산속 옹달샘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잘 얼지 않아 물맛도 볼 수 있다. 맑고 투명한 데미샘물은 미묘하진 않지만, 시원한 청량감을 주기엔 충분하다.

▲ 노령의 기가 꿈틀대는 곳 운장산
금강과 만경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진안고원의 서북방에 자리하고 있는 운장은 부귀, 정천, 주천 3개면과 완주군 동상 면에 걸쳐있는 1,126m의 높이로 노령산맥의 주봉이다. 동쪽으로 이어져 복두봉, 구봉산이 자리한다. 호남의 웅봉으로서의 이름이 드높다.

운장산

산의 정상 부근에는 옛 산성 의 자취가 남아있고, 이 일대에는 산죽(山竹)이 많이 자란다. 운장산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군산 앞 바다, 북쪽으로 대둔산, 동쪽으로 덕유의 웅봉들, 남쪽으로 마이산과 그 뒤에 버티고 솟아있는 성수산, 덕태산, 팔공산의 웅자가 바라보인다.

운장산을 오르는 길은 6개가 있다. 대불리 외처사동에서 서봉을 올라 내처사동으로 내려오는 길. 내처사동에서 동봉을 먼저 오르는 길. 부귀면 궁항리 정수궁이나 황금리 봉곡에서 오르는 길. 정천 봉학리 가리점에서 오르는 길과 완주의 동상면 검태에서 오르는 길이다.

운장에는 세 봉우리가 있는데 동봉과 서봉 사이에 위치한 중봉이 가장 높다. 억새풀과 산죽밭 등성이를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 산행은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 성수면 포동마을 주민들이 논에 만든 썰매장
1970~80년대 까지만 해도 삼삼오오 모여 꽁꽁 언 논 위에서 썰매타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추운 겨울 놀거리가 마땅치 않았던 아이들에게 썰매타기는 겨울이면 빠질 수 없는 놀이였다. 허기가 질 때면 모닥불을 피워 고구마를 구워 먹곤 했다.

눈설매장

진안IC에서 승용차로 15~20분 거리인 성수면 용포리 포동마을. 이 마을은 얼음 썰매 타기, 고구마 구워먹기 등 '추억의 놀이'를 준비해 겨울철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즐겨 찾는다.

▲ 홍삼스파에 몸 담그고 시원한 고로쇠 물도 맛보고
이밖에 진안에 오면 홍삼팩을 하고 따뜻한 홍삼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홍삼스파가 있다. 마이산 북부주차장 인근에 있는 이곳에서는 목까지 홍삼거품을 채워 목욕을 한 뒤 안개와 이슬비로 샤워를 할 수 있다. 또 나무 침대에서 마른 약초와 건초를 덮고 쉴 수도 있다.

홍삼스파에서는 홍삼 거품을 이용해 피부 마사지도 할 수 있다. 옥상에 위치한 하늘정원에서는 마이산을 바라보며 야외스파도 즐길 수 있다. 일본의 노천탕을 떠올리게 한다.

마령면 계서리에는 추억이 쌓이는 정미소가 있다. 사진작가 김지연 씨가 인수해 사진전시용 박물관으로 꾸몄다. 단양리 진안역사박물관에서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옛 마을의 역사와 유물, 진안의 향토사를 볼 수 있다.

용담호를 한바퀴 도는 64.6km 드라이브 코스도 여행 코스에서 빼기 아쉽다. 진안은 흑돼지를 이용한 음식이 맛있다. 진안 돼지고기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1등급 품질을 인정받았다.

다음달 10~11일 진안을 찾으면 시원한 고로쇠도 맛볼 수 있다. 진안고원에서 채취한 고로쇠물을 실컷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꽃이 피는 5월이면 ‘꽃잔디허브 축제’가 열리고, 한여름 마을축제가 열릴 때 진안을 방문하면 여러 가지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