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한국양봉농협이 시중에 유통시킨 중국산 천연꿀에 항생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출된 항생제는 재생불량성 빈혈, 골수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클로람페니콜’로 1991년부터 가축에게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2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양봉농협이 2004년 12월 수입한 중국산 천연꿀 60톤 중 잡화꿀 20톤은 2005년에 전량 판매되었으나 아카시아꿀 40톤은 4.2톤만 판매되고 2006년 12월 기준으로 35.8톤이 재고로 남았다.

이런 가운데 2006년 9월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벌꿀 제품 23개 중에 13개 제품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었다는 검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같은 해 11월 한국양봉농협은 수입산 꿀의 재고 분량에 대해 자체 항생제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수입한 꿀에서 클로람페니콜 성분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양봉농협 측은 이 사실을 안 뒤에도 재고 35.8톤을 즉시 폐기처분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꿀벌 사료용으로 2009년 7월까지 총 15톤을 판매한 뒤 2010년에 남아있는 물량을 폐기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식품위생법령에 따라 2008년 1월부터는 클로람페니콜 검출시 이를 식약청에 보고한 후 조치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양봉농업 측은 항생제가 검출된 중국산 꿀에 대해 식약청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국내 양봉산업의 중추라 할 수 있는 한국양봉농협이 중국산 꿀벌을 수입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항생제 검출 후에도 이를 유통시켰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양봉농협은 조합원에게 식용으로 판매하지 않겠다는 각서만 받고 2톤을 판매하는 등 사후관리에 대한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져 식용으로 둔갑 판매되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사료용으로 쓰였다 할지라도 이를 통해 생산된 벌꿀의 안정성도 장담할 수 없다.

한편 김의원은 이 중국산 벌꿀은 한국양봉농협의 벌꿀 가공공장에서 가공돼 소속 사업소 등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원산지위반의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한국양봉조합을 수입산 꿀 공매에 참여시켜 외국산 꿀 수입을 부추긴 농협중앙회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995년부터 WTO협정에 의해 의무 수입되는 꿀 420톤 가운데 320톤을 정부를 대신하여 공매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