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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설/칼럼
아름답고 소중한 성(性), 재미있는 성교육
최문 논설위원  |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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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4.23  09: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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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방랑시인 김삿갓이 가련이라는 늙은 기생의 딸과 동침을 하면서 나눈 대화를 들어보자. 김삿갓이 "모심내활필과인(毛深內闊必過人)-숲이 무성하고 안이 넓으니 필시 누가 다녀간 모양이구나."고 운을 떼자 기생의 딸이 받는다. "후원황률불봉렬(後園黃栗不蜂裂)이고, 계변양유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이오.- 뒤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없어도 벌어지고, 냇가의 버들가지는 비가 오지 않아도 늘어진다오." 현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김삿갓의 시구는 여성모독에 해당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조차 해학과 재치를 담아 아름다운 행위로 승화시켰다.

사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성이 상당히 개방된 사회였고, 여왕을 배출할 만큼 여성들의 권익 또한 높았다. 신라 향가인 처용가를 보면 서라벌에서 밤늦도록 놀다가 집에 오니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현장을 목격했지만 '두 다리는 내 것인데 두 다리는 뉘 것인가'라는 노래로 용서하고, 쌍화점 등 고려속요에는 적나라한 남여관계를 드러낸 노래가 많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원리주의 유교에 빠져 남존여비 사상이 강화됐고, 성이 금기시 됐다. 하지만 권문세도가들은 첩을 둘 수 있었고, 관기를 두어 수령은 물론 관의 손님 등을 접대하게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관계를 소중하게 여겼던 조선은 정실부인을 조강지처라고 하여 불순종, 무자식, 부정, 투기, 악질병, 구설, 절도 등의 칠거지악(七去之惡)을 범하지 않은 이상 내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삼불거(三不去)라고 하여 칠거지악을 범했다 하더라도 내칠 수 없는 세 가지 조건을 두었다.

삼불거는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거나 부모의 삼년상을 함께 치룬 경우, 혼인 전에 가난했으나 후에 부자가 된 경우다. 조선시대의 성윤리는 폐쇄적이었으나 여성의 권익을 일정 수준 보장하면서도 남성에게는 성이 개방된 모순된 시대였다. 그러나 시대를 불문하고 간음, 불륜, 성폭행은 큰 죄로 여겼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윤리와 도덕을 바탕으로 절제된 개방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 우리 사회의 성은 무절제하게 개방돼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소위 원나잇스탠드라는 일회용 성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클럽 등 유흥업소마다 넘치고, 애인 없는 유부녀를 6급 장애인이라고 부른다니 심각하다. 배금주의와 물질문명이 고도화되면서 급격한 사회변화에 기존의 가치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성이 아름다운 사랑의 승화가 아닌 쾌락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이 포르노 동영상에 쉽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성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인스턴트한 만남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랜덤채팅이라는 모르는 남여가 인스턴트한 대화를 통해 즉석에서 만나 성관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기존에 가졌던 성관념을 송두리째 바꿔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필연적으로 많은 성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수원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여인의 경우도 술에 취해 성욕을 느낀 살인마에 의해 저질러진 참극이다. 피씨방에서 돈이 떨어지면 성매매를 하며 게임에 중독된 여인은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화장실에서 출산하여 비닐봉지에 담아 버렸다니 참혹한 일이다.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무너지면서 성관념이 타락하다보니 드디어 이번 총선에서는 불쌍하게 죽은 동생의 아내를 유인해 성폭행을 시도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이미 음성파일을 통해 자신의 파렴치한 행위가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지 않은 채 부인하면서 끝까지 국회의원직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국회의원 당선자는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놓고도 모자라 공천심사 당시 정부(情婦)가 탄원서를 제출하자 이혼한 정부의 가족을 찾아 가서 자녀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파렴치한 짓을 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이 우리 젊은이에게 무슨 본보기가 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관기' 농담과 '맛사지걸 파문' 등을 통해 그의 왜곡된 성관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무너진 성윤리를 세우고, 높은 도덕성으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게걸스럽게 성을 탐닉하면서 도구화하고 있으니 불행한 문제다.

밤이면 번화가의 화장실에 명함 크기의 성매매 전단이 무수하게 뿌려져 있다. 건물마다 전통적인 룸살롱은 물론 키쓰방, 멀티방, 유리방이니 하는 유사 성매매 업소들이 하나 걸러 하나씩 들어서 있다. 인터넷을 열기만 하면 여기저기 유혹의 손길이 뻗어온다. 한 마디로 성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사회의 지도층부터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우리 사회의 성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왔다. 최근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의 장 모 대표가 어린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고 해서 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신인 연기자나 가수의 경우 소속사 사장의 권위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강제 성관계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장 모 대표의 경우는 죄질이 더 악랄하다. 미성년자 남성 그룹 멤버들에게 성폭행을 지시하고 이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봤다니 한 마디로 사이코 성향의 관음증환자라고 할 수 있다. 건전한 성, 아름다운 성을 장려하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것은 옳지만 상대의 인성을 짓밟고 우리 사회를 정액으로 물들이는 파렴치범은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성은 아름다운 것이고 소중하다는 관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하는 남여의 신체, 성행위와 피임, 그에 따른 책임감 등을 가르치는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교육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재치를 담은 시와 이야기들을 소재로 낭만적이고 재미있는 성교육은 어떤가? 인터넷만 열면 어디서나 흔하게, 더욱 자극적인 성관련 정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청소년들에게 형식적인 성교육이 무슨 흥미를 끌 수 있겠는가? 성은 재미있는 것이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빌려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김삿갓의 시를 통해 당시의 성윤리와 오늘날의 성윤리를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행한다면 더 흥미를 느끼며 재미있어 하지 않겠는가?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 재치, 문학적 소양 등을 통해 현대적 성윤리에 접근하는 실질적이면서도 새로운 성교육 방법을 개발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관념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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