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살기 좋은 이 땅 정읍에 고압송전선로 철탑이 세워질 예정이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공장은 여전히 수도권에 두고 싶은데 전기는 수도권에서 생산되지 않으니, 전남 신안과 전북 부안 앞바다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국토를 종단으로 초고층 철탑을 박아 서울로 경기도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신안앞바다와 부안 앞바다로 시작된 두 개의 송전선로가 만나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가 바로 신정읍 변전소로 지목되었다.[신안의 전기는 신장성 변전소에서 신정읍 변전소로 연결하고 부안의 전기 또한 신정읍변전소로 모아 신계룡 변전소로 보내져 수도권으로 공급되는 계획]

저멀리 전남해안에서 서울까지 1천리길(신안군청 – 서울시청까지 약 400키로)을 수백개의 철탑과 수십만볼트의 송전선으로 뒤덮어야 하는 이 계획을 우리는 금수강산을 보존하고 우리 삶을 지켜내기 위해 단연코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RE100이라 하여 반도체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 수입하겠다는 나라가 늘어나, 앞으로는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나라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는 현실에서, 박사입네 하는 정부관계자들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이렇다고 한다.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전자파가 사람 몸에 해롭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전 측에서는 소위 주민설명회랍시고 시골 어르신들 앞에서 345,000볼트(V)의 송전선로가 ‘헤어드라이기 정도밖에 안되는 전자파 수치라서 인체에 무해하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우리나라 인체보호기준 833mG의 전자파가 방출되는 헤어드라이기라 하더라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머리에 틀어놓고 있으면 사람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물며, 수십만 볼트의 고압송전선이 인체에 무해하다면 왜 서울시에는 철탑이 거의 없이 98%가 지중화되었고 지역 농촌에만 무수한 철탑들이 박혀 있고 거미줄처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시골 어르신들의 선량한 마음을 자극하며 누구나 전기를 쓰는데 수반되는 피해는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우리 같은 지방이 아니라 대도시와 기업이다. 당연히 수혜자가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이치상 맞는 것일 게다. 기업들이 많은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던지, 발전소가 있는 지방으로 신재생 전기를 쓸 기업이 내려오던지 해야 공정한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지산지소, 진정한 의미의 RE100일 것이다.

그리고 400KM의 1천리길을 고압 송전탑으로 연결하면서 발생되는 엄청난 비용과 무지막지한 탄소배출량 그리고 주민피해를 계산한다면, 이건 진정한 RE100도 아니고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수도권에 발전소를 지을 수 없으면 친환경 전기가 필요한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이 기후대책이나 주민편익, 기업편익 면에서도 소위 경제학자들이 내세우는 “경제성”과 “효율성” 둘다 우수한 대책일 것다.

이렇듯 합리적인 대책이 있음에도 너무나도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니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돈되는 시설, 유익한 시설은 서울과 수도권에 두려 하고 해롭고 위험하고 더러운 시설은 지방으로 지방으로 보내니 나오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나라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지레 체념하는 어르신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체념의 근원은 지역주민 의사는 아랑곳없이 한전이 원하는 대로 고압송전탑을 깃발　꽂듯이 세울 수 있는 법적 근거인 ‘전원개발촉진법’이다. 이 법은 70년대 유신독재시절에 만들어진 법으로 애당초 주민들의 의견 따위는 무시한 채 독재정부가 불도저처럼 발전과 송전사업을 강행했던 법적 근거이다. 이 악법이 그동안 우리사회가 민주화로 인해 많은 부분이 발전했지만,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새로운 대립구도 속에 효율성이라는 구실로 지방을 차별하는 근거로 작동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님을 온 몸으로 증명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내땅, 내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 공동체의 절박한 생존을 위해 고압송전탑 반대투쟁의 한가운데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주민무시 한전의 일방통행식 고압송전탑 추진을 막아내기 위해 정읍시민의 뜻을 모으고 전북 각 시군의 시민들과 힘을 합해 투쟁해 나갈 것이다.

또한, 우리는 시민들의 편에 서서 우리 시민들의 요구를 한전과 중앙정부에 관철시켜줄 것을 정읍시와 정읍시의회에 시민으로서 당당히 요청하는 바이다.

-. 우리는 서울의 식민지가 아니다. 친환경 전기가 필요하면 기업이 내려와라!

-. 수십만볼트 고압송전탑 아래서 살 수 없다. 한전은 당장 중단하라!

-. 정읍시는 시민들을 대표하여 한전과 산자부에 반대의견 표명하라!

-. 정읍시의회는 고압송전탑 건설 반대결의안 채택하라!

2024년 11월 19일

고압송전탑 반대 정읍대책위원회 고부면대책위원회

[정읍시농민회, 정읍시여성농민회,(사)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민주노총정읍시지부, 정읍통일연대, 유쾌한작당in정읍, 전교조 정읍지회, 세월호정읍시민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정읍지회, 최덕수열사추모사업회, 동학시정감시단, 옹동환경연대, 정읍녹색당, 정의당 정읍시위원회, 진보당 정읍시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