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민 기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4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수원시 주유소 폭발사건은 정부의 단속권한 분산에 따른 부실 단속과 관대한 처벌이 만들어낸 인재라고 박 의원은 밝혔다.

28일 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지자체·석유관리원 등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이 유사석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유소의 세차장 옆 주유소 바닥 부분에 유사 휘발유를 보관한 지하 비밀 탱크가 있었고, 이를 연결한 배관을 통해 유증기가 세차장 지하 기계실로 유입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주유소는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2차례 유사석유판정 등으로 단속에 걸렸던 전례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부실 단속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석유관리원은 해당 주유소를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하여 올해만 5차례 품질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1월부터 6월까지 있었던 6번의 품질검사 등에서는 정상으로 판정됐고 사고 3일전인 21일 해당 주유소의 석유를 채취해와 석유관리원에서 시험분석을 하던 중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올해 7번이나 검사가 이루어졌는데도 적발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석유 품질 및 유통 관리에 1차적 책임을 지는 석유관리원에 실질적인 처분권한이 없고 단속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하여 실효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상(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품질 및 유통관리 권한은 석유관리원에 있다. 하지만 적발 후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 권한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그리고 유사석유 탱크 등에 대한 단속 및 처분 권한은 소방방재청에 있다”며 “즉 처분권한이 없는 석유관리원은 단속을 나가도 시료를 채취해와 품질을 검사하는 방식 이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장부를 조사한다든지, 비밀탱크여부를 조사한다든지 하는 것은 합동조사 시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석유관리원 단속원이 이상 징후를 눈치 채고 현장에서 경찰이나 지자체에 업무협조를 요청하더라도 해당 관서가 바쁠 때에는 즉시 현장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시료를 채취 후 3~4일의 검사기간을 거치고 유사석유 등 문제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영업주가 비밀 탱크에 정상 석유를 채워놓는 등 증거를 인멸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현재 석유관리원에 전국 18,000여개의 주유소 및 기타 석유사업자에 대한 품질검사를 전담하는 인원은 현장 투입인원 70명, 시험분석인력 35명 등해서 모두 105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100명 남짓한 인원으로 매년 3~4만 업소의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 품질검사를 담당하는 것으로 1인당 약 3~4,000업소를 검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인력부족을 꼬집었다.

따라서 “지하 비밀 탱크를 만들고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등 점차 지능화 · 고도화되어가는 영업주들의 유사석유판매 행태를 이들이 철저히 단속하고 사고까지 예방하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하나의 원인으로는 “적발된 유사석유판매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며 “2008년~2010년 석유관리원이 단속을 통해 적발한 유사석유 세금탈루 차단액(추정액)은 총 6,029억원으로 매년 평균 2,000억원 규모의 유사석유 탈루세수가 단속으로 인해 방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유사석유 단속을 통한 세금탈루 차단액(추정) (단위 : 억원)

구 분	2008년		2009년		2010년
	유사휘발유	유사경유	유사휘발유	유사경유	유사휘발유	유사경유
차단액(추정)	247	1,397	369	1,172	879	1,963
합계	1,644		1,541		2,842

하지만 “2008~2010년 상반기 기준 과징금 부과액은 약 155억원에 불과(6029억원의 2.6%에 불과)했다”며 “산술적으로 볼 때 유사석유를 팔면 단속으로 인한 과징금을 감안하더라도 약 40배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민식 의원이 지경부로부터 제출받은「2008~2010년 유사석유 판매업자에 대한 적발현황」자료에 따르면 3년간 유사석유 판매로 적발된 총 1,069개 업소 중 등록 취소처분이 내려진 업소는 1%(1.3%), 13개 업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유사석유 판매로 등록 취소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8~2010년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자에 대한 행정처분 현황 (단위 : 건, %)

행정처분	2008	2009	2010	계
등록취소	1	1	11	13
영업정지	55	50	141	246
과징금	182	163	332	677
기타 (경고, 미파악 등)	49	22	62	133
계	287	236	546	1069

[출처: 박민식의원실]

현행법에서는 3년 내에 3번 이상 유사석유 판매 등으로 적발된 경우에만 영업취소를 규정하고 있다.

즉 3번 적발되기 전까지는 유사석유를 팔다가 걸려도 5,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내거나 혹은 3~6개월 쉬고 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영업주들은 불법유사석유 판매라는 검은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무고한 국민이 주유소에서 세차를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제 유사석유 판매는 단순한 세액탈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불법유사석유 유통·관리의 1차적 책임을 지는 석유관리원의 단속권한에 실효성을 강화하고, 단속인력 충원 등 방안을 마련하여야 하고, 처벌 강화를 통해 유사석유를 판매해 얻는 이득보다 무거운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