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민 기자] 오늘 5ㆍ16 군사정변 51주년을 맞았다. 4ㆍ19혁명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 탄생한 정권을 군사력으로 뒤집고 26년간 군부정치의 서막을 연 이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 하나의 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퇴보했다”

그에 대한 평가다. 전자가 단시간에 국민을 먹고 살 만하게 만들고 경제강국을 만들어 낸 지도자에게 내리는 찬사라면, 후자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짓밟은 독재자에 대한 비난일 것이다.

1961년 정변이 일어날 당시 국내 정치상황과 정변 직후 그들이 보인 행보는, 그들의 행위를 정변이나 쿠데타가 아닌 ‘혁명(革命)’으로 만들었다. 처음 약속처럼 정권의 민간이양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정변 주도 세력들은 국가적인 ‘영웅(英雄)’으로 역사에 기록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변 주도세력들은 한번 맛들이면 결코 내려놓기 쉽지 않고 부모자식 간에도 나눠가질 수 없는 권력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엇을 남겼는가

‘박정희’로 대표되는 정변세력의 공과(功過)를 논할 때 첨예하게 맞서는 쟁점은 ‘경제성장’ vs ‘독재정권’이다. 먹고 사는 것, 생존 자체가 최대의 과제였던 시절이었다. 먹을 것이 없었다. 아마 지금의 젊은세대들은 배고픈 설움이 피부로 확 와닿지 못할 것이다.

인권도, 민주주의도 모두 사치롭다고 생각될 그 시기에 배고픈 민중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한 그들의 밀어붙이기식 경제성장정책. 그것 하나만으로 제대로 평가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들이 아니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아니었다면 가능했던 일일까? 혹자는 그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라 하고 또 혹자는 시대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분명 그는 배고픈 국민을 먹여 살린 발군의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혹독했다. 먹고사는 문제와 잘사는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민주주의 가치는 옆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말할 권리, 알 권리, 행동할 권리를 박탈당한 암흑의 시대. 우리는 점차 ‘배불러 가는 돼지’가 되어야만 했다.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가

1979년 10월 26일. 정권의 핵심에 총탄이 날아들며 18년간 기나긴 독재는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아니면 아직은 민주주의를 영유하기에 우리의 피가 부족했던 것일까?

신군부에 의해 암흑의 시대는 연장되어 갔다. 아니 더 깊고 깊은 어둠이, 더 처절한 고통이, 더 많은 젊은 피를 요구했다. 그렇게 다시 7년. 민중은 스스로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운가.

물리적인 의미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거의 완성의 단계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 자유와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우리는 이루었는가. 결론은 아직은 아니다.

흔히 자유와 민주주의를 얘기할 때 20년 전, 30년 전을 비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논리는 군사독재시절의 규제와 억압이 풀렸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시대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와 기준은 달라진다.

예컨대 조선시대에 비해 군사정권시대도 자유로웠다. 군사정권에 비해 지금이 분명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와 민중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치 못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이만큼이면 충분하다는 것은 없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변화하고 지배층이 국민의 요구에 순응해갈 때 비로소 민주주의와 자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꽃”이라고. 동서 통틀어 우리 만큼 치열하고 우리 만큼 처절하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역사도 드물다. 우리에게 지난 시간은 스스로의 자유를 만들기 위한 고귀한 시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