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진 기자] 일본인 아내가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21일 오전 3시쯤 춘천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잠자고 있던 남편 박모(51)씨의 얼굴을 수건으로 눌러 질식시켜 숨지게 한 A(5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직후 119에 “신부전증을 앓는 남편이 호흡이 없다”고 신고해 박씨가 병사한 것으로 꾸몄으나 박씨가 사망한지 50분이 지나서야 신고한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A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 1995년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박씨와 국제결혼해 한국에 건너온 A씨는 신혼 때부터 생활고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박씨는 결혼 당시에도 직업이 없었으며 아내인 A씨와 매달 나오는 1인 기초생활수급비 55만 3,430원으로 영세민 아파트에서 자녀를 두지 않고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씨가 신부전증을 앓기 시작한 뒤로 17년 간 간호하며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한 달 혈액투석 비용과 약값인 약 40~50만 원을 대기 위해 A씨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한 달 50여만 원씩을 벌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박씨는 술만 먹고 들어오면 가재도구를 부수고 욕을 하는 등 상습적인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더 이상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고 나도 너무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는 진술로 미뤄 지속적인 생활고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