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 '묻지마' 시리즈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묻지마 폭행, 묻지마 칼부림 등 종류도 다양하며 자칫하면 유행으로 번질 기세다.

지난 18일 발생한 의정부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등 최근 수원과 서울, 인천 등 여러 장소에서 ‘묻지마 성폭행·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연이은 ‘묻지마 흉기 난동’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며 충격에 휩싸였다. 불특정 장소에서 불특정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오늘도 무사히"만 바랄 뿐이다.

이번 달에만 발생한 ‘묻지마 범죄’를 정리해 보았다.

8일 저녁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주택가에서 술에 취한 김모(35)씨가 길을 가던 김모(34)씨에게 시비를 건 뒤 흉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피해자 김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CCTV를 확보해 가해자 김씨를 추적하고 있다.

18일 의정부역 흉기 난동 사건에서는 모두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의 발단은 일자리를 구하러 서울로 가던 유모(39)씨가 전철 안에서 뱉은 침이 10대 남성의 몸에 묻었고, 이에 피해 학생이 항의하자 격분한 유씨가 가지고 있던 공업용 커터칼을 무차별로 휘둘렀다. 시민들의 기지와 경찰의 신속한 출동으로 현장에서 붙잡힌 유씨는 구속됐다.

이 사건이 언론에서 비중있게 보도되자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19일 새벽 5시쯤 인천 부평시장에서도 묻지마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시장을 지나가던 20대 여성 3명이 낯선 남성 2명에게 10분 넘게 이유없이 폭행을 당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코뼈와 이빨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 등 폭행의 정도가 심각했다.

경찰은 CCTV에 잡힌 범인들을 조사해 22일 김모(25)씨와 23일 이모(25)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술을 마시고 걷던 중 여성들이 어깨를 밀치고 지나갔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서울에서 가정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인 서모(42)씨는 애시당초 범행을 계획하고 자신의 집 근처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자녀 둘을 유치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는 아무 이유없이 서씨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통영 어린이 살해에 이은 이웃집 아저씨의 잔혹한 살인사건이다.

서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성폭행 전과 3범으로 알려져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전자발찌’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

21일 수원에서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피해자와 그 외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하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시의 한 술집에 들어간 강모(39)씨는 여주인을 성폭행 하려다 실패하자 여주인과 손님을 찌르고 인근의 가정집에 들어가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흉기난동으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강씨도 성폭행 전과가 있었으나 전자발찌는 착용하지 않고 있었으며 사건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같은 날 울산에서도 직업이 없는 이모(27)씨가 집 근처 단골 슈퍼마켓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한 이씨가 3년간 친구도 없이 홀로 지내온 은둔형 외톨이로 특별한 범행 동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정신감정 의뢰를 검토 중이다.

22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자신의 전 직장 동료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다 길을 지나던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14분 만에 범인인 김모(30)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김씨는 전 직장에서 실적 저하로 인해 동료들의 비난을 받자 퇴사했다.

생활고에 시달리자 이들에게 앙심을 품은 김씨는 전 직장동료 6명을 살해하려고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행인 2명도 다쳤다. 김씨는 알지도 못했던 행인 2명이 자신을 잡을까봐 흥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전해지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묻지마 범죄 왜이래. 참 무섭다” “한국에서 나 몰래 배틀로얄 시작했나봐” “불안해서 못 살겠다” “요즘 묻지마 범죄가 많다. 조심 또 조심”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대부분 일자리가 없거나, 가정 불화-전과가 있는 범죄자 등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는 이들로 자신보다 약한 여성 등에게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묻지마 범죄는 해결책이 없다. 경찰력, 공권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 스트레스를 줄이는 수밖에는” “묻지마 범죄가 선진국형이라고 하지만 경쟁과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 직장과 사회에서 탈락한 사람은 자존감 상실과 패배감으로 그 복수심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것” “묻지마 칼부림 범죄는 그저 미치광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해고와 사회안전망 부재, 계층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사회분위기에서 수치와 분노심의 벼랑 끝에 내몰린 나약한 개인의 선택” 등 현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경쟁과 경제적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낳은 결과로 바라보고 있다.

기승을 부리고 있는 ‘묻지마 범죄’ 등 강력범죄에 국민들의 불안과 경각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전-의경 부대나 기동대 등 활용 가능한 경찰력을 민생 현장에 최대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우 경찰 장구나 전기총 등의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반드시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력 동원, 치안만 운운하는게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경찰의 예방으로 해결될까?” “상대방을 조금 더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사회가 되야할텐데”라며 ‘치안’ 강화와 별도로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어설픈 인권 운운하며 피해자의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위한답시고 사형을 거의 중단시켜버린 결과” “형량이 가벼우니까 강간이고 살인이고 마구 휘두르는 느낌. 호신기구라도 들고 다녀야하나”라며 강력 범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 범죄가 난무하게 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치안 강화, 처벌 강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