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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계승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재능 펼쳐야"… 옻칠의 대가 만나다[인터뷰] 김인섭 (사)한국나전옻칠문화연구원 원장
조해진 기자  |  sportjhj@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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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22  17: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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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섭 (사)한국나전옻칠문화연구원 원장 ⓒ 조해진 기자

[조해진 기자] 세계문화보존 기구인 유네스코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후보에 오르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공예품 '나전칠기'. '나전칠기'란 자개를 얇게 쪼개 디자인한 뒤 붙이는 '나전'과 친환경 소재로 예부터 으뜸 도료로 여겨지던 '옻칠'이 합쳐진 공예품을 가리킨다.

'나전칠기'는 동아시아 국가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그 중 단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제품을 자랑한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우수함을 뽐내는 우리나라의 공예품 '나전칠기'에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하는 것은 바로 '옻칠'이다.

'옻칠'을 한 나전칠기는 시간이 갈수록 그 색의 깊이가 깊어지며 빛을 더하고, 한옥은 세월이 흐르면서 겪는 온갖 습기와 벌레 등의 공격을 견뎌내며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한층 더 뿜어낸다.

이렇듯 오래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옻칠'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권의 몇몇 나라에서만 전해지고 있는 문화이며 그 중에서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은 약 50년을 이 나전 및 옻칠과 함께한 장인 (사)한국나전옻칠문화연구원 김인섭(61)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인터뷰를 나눴다.

- 무궁무진한 쓰임새 '옻칠'

김 원장은 다양한 옻의 쓰임새에 대해 운을 띄우며 향후 우리가 '옻'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옻'의 쓰임새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생활에 꼭 필요한 먹거리와 건축물 등 다양한 곳에 모두 '옻'이 쓰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옻닭'처럼 몸에 좋은 먹거리에 사용될 수 있고, 나전칠기나 한옥 등에 옻칠을 하는 것처럼 다양한 가구나 건축물에 옻칠을 해 더욱 견고하고 아름다운 공예품·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김 원장이 설명한 것과 같이 '옻'은 예부터 으뜸가는 친환경 천연도료로 꼽혔다. '옻칠'의 재료가 되는 '옻나무의 수액'은 물리·화학적인 내구성이 좋아 뛰어난 방충과 방부, 방수성을 자랑한다.

목재, 종이, 철판, 자기 등 소재에 구애받지 않으며 무려 48가지의 다양한 색을 표현하면서도 우수한 광택을 가진다. 또한 산이나 알콜 등 약품에도 잘 견디며 전자파 흡수효과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족을 붙이자면 옻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나무가 가장 재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러한 옻의 장점을 살려 실제로 휴대전화의 내부에 전자파 차단을 위해 옻칠을 하기도 하고, 과거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기 위해 잠수함에도 옻칠을 사용하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개가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옻칠은 현대의 산업과 함께 발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왔다. 그러나 옻칠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인데다 옻칠 자체의 재료도 워낙 고가이다보니 상용화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고급 전통문화인 옻칠을 산업화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옻의 우수성을 알리고 옻나무의 대량 생산 등을 통해 단가를 낮춰 다양한 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세계화를 이루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해 국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인 옻칠을 예술이자 미래를 위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김 원장은 (사)한국나전옻칠연구원을 통해 필요한 과정들을 한 걸음 한 걸음씩 준비해나가고 있다.

   
▲ 김인섭 원장 ⓒ한국나전옻칠문화연구원 제공
- 평생을 함께해 온 옻칠과 함께한 삶

"15살의 나이에 선배의 소개로 공방에 들어가 옻칠을 배웠다. 처음에는 내가 스스로 버는 돈으로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일을 계속하면서 조개 속에 품어져 있던 진주를 발견하듯 지저분한 공방에서 보물과 같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꼈다."

김 원장은 당시 대부분의 장인들이 그러하듯 생계수단으로써 옻칠을 시작했지만 그 아름다움에 점차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조금 손재주가 있었는지 배우는 당시 칭찬을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나. 칭찬을 들으니 신이 나고, 신이 나니 더 재미가 붙었다. 그렇게 실력을 쌓아가니 차차 공방의 돈 심부름을 할 정도로 인정을 받아갔다"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고 껄껄껄 웃었다.

처음 다녔던 공방에서 5년이 지나 다른 공방 옮긴 뒤에도 다른 이들보다 2배 이상 높은 급여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김 원장은 이후 자신이 공방을 차려 50~60명의 제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제자양성보다 전통문화의 발전 방안에 대한 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 김 원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전통문화산업진흥법률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키는 것이다.

- 전통문화산업진흥법률개정(안) 채택이 되야하는 이유

현재 김 원장은 황우여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전통문화산업진흥법률(안)'을 국회에 통과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김 원장 등이 기존에 있는 법을 개정한 이 법안을 추진해온 것은 17대 국회부터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9년이 지나 결국 19대 국회까지 오게 됐다. 그는 "이번에는 꼭 개정안이 채택돼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된 법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법률은 우리나라 전통문화 인구 중에 3~5%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문화재, 전수자, 이수자, 지방문화재 등 전통문화 인구의 극히 일부만이 현재 법률을 적용을 받아 적지만 그나마 지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 95%에 해당하는 전통문화 인구는 법 적용을 못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인간문화재, 지방문화재나 명장들로 정부의 인정을 받은 사람은 몇 사람 되지 않는다. 모든 전통문화 인구가 계승에 힘쓰고 있는데 이 중 3~5%에 대해서만 정책을 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대다수의 전통문화 인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95% 이상의 전체 전통문화 인구가 적용받을 수 있는 정책을 세워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인구들이 지원을 받고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전통문화산업진흥에 관련된 법률은 여야 상관없이 모두 동의하고, 국무총리실과 문화체육관광부도 동의하고 있지만 문화부 산하인 문화재청에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원장의 말에 따르면 일찍이 김 원장 외 전통문화인들이 추진한 법률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비슷한 법안을 내놓았고, 자신들의 법안이 채택되도록 하기 위해서 김 원장 등이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을 흡수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에 대해 "문화재청이 현재 세계문화유산법을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우리 내용을 본 딴 것이 많다. 이미 전통문화산업진흥법이 있으므로 이를 더 개정하면 되는데 자꾸 다른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심지어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문화재청 뿐만 아니라 한 국회의원이 안동 지역 문화에 대해서 옻칠연구원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동일 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또 다시 시간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김 원장은 "나만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는 법은 없다. 전통문화 인구의 대부분이 적용받을 수 있는 법만 통과되면 좋다는 생각이다"라며 무엇보다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실적과 이익에만 맞추려는 모습에는 화가 난다"며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개정안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있지만 황 전 국회의장이나 문 전 국회부의장 등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한발한발 나가고 있다"며 여야 구분 없이 전통문화에 대해 관심을 표해주는 이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개정안 통과를 이루어내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전통문화 인구를 지원하는 법안 통과 외에도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가 뒷받침 되야 한다. 그러나 배제대, 신라대, 상명대 등에 있던 전통문화 관련 학과들이 폐지되거나 다른 과로 바뀌면서 젊은 전통문화 인구의 배출도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 이론과 기능을 겸비한 전통문화를 잇는 젊은피 수혈 시급

"약 10년 전 부터 '목칠과'나 '칠예과' 등이 대학에서 점차 사라지고 '디자인과'로 통합되거나 바뀌고 있다. 하지만 전통문화인 '옻칠'은 이론만 가지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감'이 중요한데 이는 실전을 통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전공과에서 이론을 배우고 실전을 함께 겸비한다면 더 뛰어난 인재들이, 세계적인 공예작가가 나오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앞날이 밝아지는데 이 과가 점점 사라짐으로 인해서 우리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거다"

김 원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전통문화 학과와 전공자 수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현재 나전칠기 등 인간문화재 및 장인들을 살펴보면 기능에 몰두하다보니 대체로 학력이 높지 않다. 그는 10년 전부터 교수들의 이론과 장인들의 기능이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자신들의 연구에만 신경을 썼다.

대학의 학과가 사라지거나 대체되는 상황이 온 것에 대해 김 원장은 대학 교수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교수들은 막대한 양의 연구비는 받아놓고 매번 연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기초에서 시작하고 사장되고, 다른 교수가 다시 기초에서 시작하고 사장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가 되고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도 뒤늦게 장인들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 김 원장은 "학사나 석·박사를 딴 젊은이들이 1년에 150명이 탄생한다면 얼마나 고무적이겠느냐. 당연히 기능은 떨어지겠지만 이들이 기능을 지속해서 배우고 이론과 함께 연구를 거듭해 전승·발전시켜간다면 지금 우리보다 더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교육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줄어드는 전통문화 학과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전통문화인들은 직접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을 대학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관계로 세워진 '한국문화예술전문학교'는 김 원장이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 당초문 보석함 (김인섭 원장 작품) ⓒ한국나전옻칠문화연구원 제공

- 정부의 전통문화인식과 지원 필요… 일본, 유럽과 대비돼

한편 김 원장은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대로 된 문화인식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과거 해외에서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로 출품활동을 했을 때 지금부터 20여 년 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모습에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유럽인들은 아침 9시부터 긴 줄을 세워가며 박람회를 보고자 했다. 그 때 '이것이 '문화'구나'라고 느꼈다"고 감탄했다.

해당 박람회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서깊은 박람회로 당시 우리는 주빈국으로 참여했지만 우리나라는 외교부 대사도 현장에 나오지 않고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다양한 공예품들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나전칠기’가 주로 판매됐다.

김 원장은 "당시 주빈국이 아니었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작은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일본 대사가 나와 주최 측에 얼굴을 비추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며 우리도 문화를 알리기 위한 비즈니스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는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다른 나라와 많이 차이가 난다. 어떤 국회의원과 함께 가면 그 때는 문화인들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고 의원을 대접하더라"며 씁쓸해했다.

아울러 "현지인에게 알리고 응대해야하는 것은 전통문화 장인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반대되는 상황이 우리 정부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다"며 "다행히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게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정부는 문화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재고하고 지원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 김인섭 원장 ⓒ 조해진 기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고 있는 김 원장은 "우리 전통문화를 배우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막내아들이 옻칠에 도전했지만 끝까지 권하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전통문화를 하기 위해서는 일을 쉽게쉽게 하려하지 않고 우직한 성품을 가진 이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해야한다"며 진정성이 전해지는 전통문화의 계승을 바라고 있다.

아울러 "과거에는 전통문화를 전승만 했다면 이제는 최첨단 기술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해 현재와 미래에 점점 발전해나가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되야한다"고 우리문화의 발전을 기대했다.

한평생 장인의 삶을 살아오며 이제는 한국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꿈꾸는 김인섭 원장의 미소 짓는 모습에 우리 문화의 멋이 그대로 베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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