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민 기자]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영업소 운영자들에게 주문하지도 않은 비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한 경동물류와 합동물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물류와 합동물류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800여개 영업소로부터 상품 품목이나 수량을 특정한 주문을 받지 않고 임의로 품목, 수량 및 가격을 모두 정해 영업소에 비품 발송 안내 공문을 보낸 후, 일괄적으로 비품을 공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의 공급된 비품은 총 15종 내외, 약 30억 원 규모로 테이프(1박스 당 5~6만원 )・봉투(1박스 당 3~5만 원) 등의 일반 사무용품 외에도 기념 그릇・기념 양말 등의 기념품과, 컵 쌀국수면・종이컵(1박스당 약 1만 1000원) 등의 소모용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특히 경동물류와 합동물류는 비품 대금을 사후에 영업소 미수채권에 포함해 청구하는 방식으로 구입을 강제했다.

이에 대해 경동물류와 합동물류측은 “대량구매에 따른 비품구입 가격의 절감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영업소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전 주문 없는 일방적 공급방식은 불필요한 구매를 유발하는 등 정상적인 거래관행으로 볼 수 없고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영업소가 사실상 이 거래를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동물류와 합동물류에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지위의 남용)’를 적용해 시정토록 명령했다.

이러한 처분에 대해 공정위는 “비품공급이 시중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이루어져 부당이득이 없고 전체 매출액 대비 비품 판매비중이 미미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