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기 기자] 광산구(구청장 민형배)가 시설 중심의 복지에서 나아가 가족 단위로 장애인 가정을 지역사회 속에 정착시키는 정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5일 한 장애인 가정이 광산구 희망복지지원단의 적극적 개입으로 광산구 신가동 소재 일반 주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금까지 전국 지자체의 장애인복지정책은 장애인복지시설로 장애인들을 유도하는 것이 주였다. 이번 사례로 가족의 힘에 근거한 장애인복지의 새로운 가능성이 뿌리를 내릴 지 주목된다. 광산구는 시설에서 다할 수 없는 부분을 가족의 관심과 사랑으로 채우고, 궁극적으로 자립으로 나아가는 것이 장애인복지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중3 인서(16, 가명)는 지적장애 어머니,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오빠와 함께 이번에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독립했다. 인서네 가족은 그동안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생활했고, 제각각 보살핌을 받는 상황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가족은 인서와 오빠의 곁에 없었다. 그 결과 인서는 잦은 가출로 몸과 마음을 상했다. 오빠는 초등학교 3학년의 학력수준으로 후천적인 사회성 장애를 보였다.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광산구는 먼저 인서 가정을 희망복지지원단에서 관리하도록 조치했다. 인서 가정에 대한 적극적 개입 방침을 세운 광산구는 민간·공공부문 지역사회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고심했고, 가족의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치며 지역사회에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인서 가족의 독립을 위해 민간·공공기관이 힘을 합친 결과 이번 홀로서기가 성사된 것. 한국주택공사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긴급매입임대 주택으로 인서 가정을 선정해 주택임대보증금을 전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산구 한 주민은 가구와 전자제품을 줬고, 한마음장애인자립센터는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한편, 앞으로 정서생활 지원을 담당하기로 했다. 광산구 희망복지지원단은 이런 지역사회 자원을 모집하고, 필요한 법률·보건 서비스 등 행정적 지원으로 뒷받침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시설을 넘어 가족 단위로 장애인복지를 구상하는 것은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정책의 새로운 시도다”며 “인서 가족이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