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밥그릇

김유옥(뉴디터논술지도자)                                    바닷가에서 불과 100미터 남짓한 어느 시골 어촌의 아침 밥상. 밥그릇 하나, 숟가락 셋. 한 솥밥을 먹는 세 자매의 밥그릇엔 언제나 짙은 바다향이 풍긴다. 연탄불에 밥을 하던 순둥이 언니 집안청소를 하며 투덜대던 억벌이 동생 몰래 TV를 보던 땡삐.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말 그대로 ‘식구(食口)’가 되는 시간이다. 세 자매 몫의 아침 밥상에는 항상 회를 무친 비빔밥. 수북한 양푼이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마당 한구석 누렁이가 핥은 밥그릇 속만큼이나 하얗게 반짝일 때쯤 숟가락을 치켜든 세 자매의 거친 칼부림도 멈춘다. 밥 한 톨이 뭐가 대수라고 어쩜 그렇게도 밑바닥까지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 그건 아마도 세 자매의 투정과 잔정이 깊게 묻어있는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밥과의 전쟁’이 떠오른다.
"한 숟가락만" 하며 밥그릇 들고 2시간동안 아이와 숨바꼭질한다는 어느 맞벌이 주부의 넋두리가 주제를 이뤘다.
맞벌이부부의 자녀는 정말이지 한솥밥 한 식구(?) 되기가 쉽지 않겠다.
‘옛날에는 그랬는데...’ 하는 하소연이 요즘에는 쉽게 통하지 않을 듯싶다.

무엇보다 핵가족시대와는 사뭇 다른 그 옛날 ‘밥과의 전쟁’으로,
어느새 거울처럼 하얗게 빛나는 그릇 밑바닥.
그리고 그 전쟁터에 투영된 세 자매의 초롱초롱한 눈빛.
이건 도무지 이해가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저녁엔 나물로 밥을 비벼 양푼이 하나에 숟가락 셋을 놓아야겠다.
아이들도 이해 못할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에 지친, 남편은 쉬라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