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기자]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 최모양이 학교 4층 건물에서 주차장 쪽으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양은 투신으로 생명을 잃지는 않았지만 10시간 이상의 대수술을 받고도 아직 혼수상태로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다. 수술해야하는 부분도 아직 많이 남았다. 그러나 최양의 부모는 간간히 무의식 중에 움직이는 손과 눈동자를 바라보며 의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다. 뇌사의 확률이 높다는 의사의 말에도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는 딸을 바라보면 눈물만 난다고 최양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혔다.

2학기 학급 반장을 하고 쾌활한 성격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최양이 투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학생들간의 문제로 보고있다”면서 현재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최양의 부모는 “자살할 이유가 없던 아이였다. 가정에서 불화도 없었고 친구들과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다”며 “학교가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딸의 투신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최양의 부모는 딸 아이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투신 이유를 알기 위해 같은반 학생들과 교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몇몇 아이들이 전한 말 중에는 '선생님이 그렇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최양의 부모는 전했다.

최양의 부모가 딸 아이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사건 전 날인 지난달 26일 문학 수행평가가 있었고 A양을 포함한 4명이 최양과 함께 점수합산과 암호확인작업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의 일을 도왔기 때문에 5명 모두 상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됐다. 다음날인 27일 조회시간 상점카드가 반으로 전달됐고 담당 교사가 최양을 제외한 4명에게만 상점(2점)을 주었다. 또한 딸아이는 교무실에 상점카드와 출석체크 관련 사항으로 내려갔다온 뒤 1교시와 2교시 내내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반 학생들이 증언했다. 혼자 교무실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울음을 멈추지 않던 최양은 1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에 다시 교무실에 내려가 담당 교사를 만났고 복도에서 상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최양의 부모는 "당시 옆을 지나던 학생들은 '모멸감을 줄 수있는 언행과 딸아이의 머리를 때리는 행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은 2교시가 끝난 뒤 3교시 체육시간이 되기 전 최양이 문단속을 한다고 하면서 반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난 뒤 발생했다. 최양이 뛰어내린 장소는 탁자를 올라가야만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곳이어서 자살을 결심하고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최양의 부모 설명이다.

최양이 투신할 마음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일부 학생들과 최양의 부모는 최양이 2학기 학급 회장을 맡았으나 과목 교사들이 A양을 편애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목 선생님들이 심부름이나 회장이 해야할 일도 최양이 아닌 A양에게 일을 시키곤해 자신이 무시 당하는 것에 대해 고민과 심리적인 스트 레스가 컸다는 것.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최양을 차별한적이 없으며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고민해오다 자살을 작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는 게 최양 부모의 설명이다.

최양의 부모는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최양의 방에서 “다시 마음먹고 시작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글이 발견됐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글의 앞부분 내용만 보고 학생이 힘들어했다고 하지만 뒤에는 스스로를 응원하며 힘낼 거라고 외치는 내용이 들어있다. 평소에도 강단이 있고 자기를 잘 돌아보는 아이였다. 아이가 자살을 생각해왔다면 수행평가 신청을 하고 가산점에 대해 항의하러 갔을까.”

최양의 부모는 "수업 중 아이가 울고 있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가산점에 대한 납득을 시키지 않은 채 혼을 내며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모멸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학교 측이 앞두고 있는 학교 설명회에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 사건을 덮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양의 부모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빨리 의식을 차려 왜 그렇게 투신하게 됐는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